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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참 고우신 우리 할머니

by +소금 201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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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는 올해로 연세가 95세셨습니다.

노환으로 치매가 심하시고 몸도 안 좋으셔서

얼마 전부터는 누워만 계셨습니다.

그래도 밥도 잘 드시고 소화도 잘 시키셨습니다.

 

 

그러던 지난 일요일 낮잠을 자는데 꿈에 할머니가 나오셨습니다.

할머니는 누워계시지 않고 아주 정정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놀라 "할머니~!" 하고 불렀더니 할머니께선 제 이름을 부르며 꼭 안아주셨습니다.

할머니께 몸은 어떠시냐고 여쭸더니 "다 나았어~" 하시는데 얼굴이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다행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할머니는 쓰러지셨습니다...

돌아가신 것입니다.

저는 할머니를 안고 한참을 울다 꿈에서 깨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날 오후 친정 아버지께 전화가 왔는데 할머니께서 밥을 전혀 못드시고 미음만 드시고 계시니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 와서 뵙고 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꿈을 꾸고 난 다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불안하여 내일 찾아뵙겠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날인 월요일에 찾아뵈었더니 비록 미음과 물만 드셨지만 손발도 따뜻하시고 눈의 촛점도 괜찮으셨습니다.

저도 남편도 몇 주는 충분히 견디실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음날 볼일이 있어 충청도 홍성에 다녀오고 나서 오후 5시가 다 되었을 때 남편이 느낌이 이상하다며 아버지께 전화를 해보라길래 전화를 했더니 할머니께서 어제보다 조금 더 좋아지신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셔서 우리는 안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연세도 많으시고 몸 상태도 안 좋으셔서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몇 주는 충분히 견뎌내시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할머니

 

이 사진은 제가 4년 전 설날에 찍은 저희 할머니 사진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저희 할머니 영정사진입니다.

이미 한참 전에 찍어둔 영정사진이 있었지만 친정 아버지도 저도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 할머니의 영정사진으로 하자고 하고 얼마전 크게 인화를 해놓았었더랬지요...

조문객들마다 할머니의 미소가 넘 고우시다고, 사진이 넘 좋다고 한마디씩 하시는데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선물을 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95세면 오래 사신 것이라고 하고 또 저도 그렇게 생각은 했는데 막상 돌아가시니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할머니 아들들인 저희 아버지와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들은 더 그러했습니다..

죽음에 호상이 어딨냐는 어느 영화의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때때로 그리고 친정에 갈 때마다 할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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