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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내 집을 찾아서

06 다가구 2층

by +소금 2014.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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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다가구 2층




신림 11동에서 다시 신림 4동으로 이사를 하려고 엘림부동산의 사장님을 찾아갔는데 전셋집으로 나온 것이 딱 두 개뿐이었습니다. 하나는 1억이고 하나는 1억 4천인데 집주인이 돈이 급해 1억 2천으로 낮춘 집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가 8월 여름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여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일을 위해 오피스텔과 전셋집을 동시에 구하고 있었는데 오피스텔은 물건이 많아 신림역 가까이 있는 오피스텔로 쉽게 매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셋집을 오피스텔에서 가까운 신림 5동이나 4동에 얻어야 했습니다. 기간이 얼마 안 남아 마음이 급한데다 전셋집 자체가 별로 없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첫 날에 4동에 있는 1억 2천짜리 전세를 바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집은 다가구 주택이었는데 우리가 계약한 2층의 주인 세대를 세놓고 주인인 노부부는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중이었습니다. 노부부는 비록 집을 가지고는 계셨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우셨던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근검 절약하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신들이 거하시는 옥상에는 일절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셨는데 그 이유로 아내분이 싫어한다는 핑계를 대셨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무척 싫어해서 그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이사간 집의 바로 옆집은 이 집과 똑같은 구조의 집이었는데 아마도 같은 업자가 두 집을 동시에 지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담장의 벽돌도 대문도 집의 형태도 거의 똑같고 다른 게 있다면 우리가 얻은 집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철 계단이 있고 옆집은 그게 없이 내부 계단을 이용하여 옥상을 올라가는 구조라는 차이뿐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집에도 내부에 옥상을 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지만 막아 놓았고 그 계단은 잡동사니와 어머니의 그릇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집이 하도 똑같아서 저는 가끔씩 다른 생각을 하다가 옆집 대문으로 가서 열쇠를 넣다가 열쇠가 맞지 않아 두리번거리다 우리집이 아닌 것을 깨닫고 겸연쩍게 혼자 웃으며 돌아온 적이 꽤 여러 번이었습니다.

이 집의 장점은 사실 별로 없었고 바로 옆 골목에 재래 시장이 있어서 장을 보러 다니기 편했고 오피스텔과 그다지 멀지 않아 걸어서 다니기 좋았고 또 그렇게 걷는 것이 운동에 도움이 되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집을 구하면서 너무 급히 얻는 바람에 화장실 구조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워낙 오래된 집이라 건축할 당시에는 세면대가 없이 바닥에 세수대야를 놓고 사용했다가 이후에 세면대를 설치한 모양이었는데 세면대의 하수구가 일반 세면대처럼 하수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욕실바닥으로 그대로 흘러내려 욕실 바닥에 있는 하수구 구멍으로 물이 들어가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수를 할 때마다 발이 늘 젖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이 오래된 탓에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이것은 이미 남향의 2층집에 살 때 겪었던 문제라 냄새를 막는 하수구 뚜껑을 구입하여 해결하였지만 집 자체가 낡은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집의 창문은 오늘날의 이중창인 샤시 형태가 아니었고 한때 유행했던 돌출형 창에 내부의 창문도 허술해서 겨울이 되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도저히 그대로는 지낼 수 없어 창문 전체를 비닐로 막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에어컨을 놓기는 했지만 실외기랑 연결할 방법이 없어 거실 창문과 베란다 창에 구멍을 내어 옥상으로 연결하여 에어컨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에어컨을 설치하자 에어컨에서 발생하는 물을 배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플라스틱 통을 에어컨 옆에 두고 물이 차면 욕실에 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집들이 빽빽한 주택가에 있는데다 사방이 집으로 막혀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여름 밤이면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어야만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가구 주택의 문제점은 주변의 이웃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주거여건의 좋고 나쁨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3D업종을 기피하기 시작한 이후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늘었고 특히나 연변에 거하는 조선족 사람들이나 중국인들이 금천구 가산동 쪽에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신림동의 지하나 반지하 집에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세를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공공질서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인지 종종 중국말로 시끄럽게 떠들어서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이 투덜거리며 하신 말씀 중에 그들은 하수구에 기름과 음식물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통에 하수구가 막혀 그것을 뚫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세를 비워둘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을 들인다고 하셨는데 이는 비단 외국인이나 조선족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씩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도 밤새 술 먹고 떠들거나 부부싸움으로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이웃도 있었습니다.

결국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웃을 만나느냐가 주거환경의 좋고 나쁨이 구별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나의 편함과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지 살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 집에서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 집주인은 집을 팔기 원한다고 하면서 동의를 구했습니다. 즉 새로운 집주인이 우리가 계약 만기까지 살기 원하면 그냥 살면 되겠지만 만일 계약기간 전에 집을 비워주기 원하면 자신이 이사비를 지급해줄 테니 이사를 가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도 딱하게 부탁을 하는데다가 이전에 이미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던 터라 부담 없이 그러자고 했는데 내심 기일 전에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랬지만 쉽사리 집은 나가지 않았고 계약기간 몇 달 전이 되어서야 집이 팔렸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집을 보기 위해 온 많은 사람들로 인해 어머니의 스트레스는 늘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결국 집은 팔렸지만 매입하신 분이 만기 때까지 그냥 살기를 바라셔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살아야 했고 우리는 만기가 되어서 집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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