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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내 집을 찾아서

05 중국집 3층

by +소금 201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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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중국집 3층




다음으로 이사를 한 집은 신림 11동의 5층짜리 상가건물이었는데 1층에 중국집이 세 들어 영업을 하고 있었고 2-4층은 가정집 전세를 주고 5층엔 주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전셋집 중 2층과 4층은 두 가구씩 세를 들어 사용하고 3층은 한 가구가 전 층을 사용하는 형태였는데 저희는 3층에 세를 들어갔습니다. 그 집의 평수는 대략 35평쯤 되었는데 우리가 살아본 집 중 가장 큰 평수의 집이었습니다. 

집 구조는 한 쪽 끝에 안방이 있고 안방 앞으로는 넓은 주방과 거실이 있었고 반대쪽 끝에 작은 방 2개가 있었습니다. 주방과 거실의 구분은 한 가운데 벽이 있어서 그 벽을 중심으로 이편은 주방 반대편은 거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실과 주방 공간이 무척이나 넓은 집이었습니다. 처음 이 집을 소개받아서 갔을 때 그 거실의 공간 때문에 마음에 들었고 또 무엇보다 그 넓은 집의 도배와 장판을 집주인이 해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본래 전세는 도배와 장판을 집주인이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세를 들어갈 때면 어지간히 더럽지 않으면 도배와 장판을 하지 않았는데 만일 그 집의 도배와 장판을 우리가 하려 했다면 적어도 200만원 이상의 경비가 지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도배와 장판에 들어갈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을 계약했습니다. 

이 집의 전세 가격은 1억 3천이었는데 아마도 이때가 전세 가격이 슬슬 오르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에는 그다지 부동산 경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점차 전세를 구하러 다니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 당시 개인주택들을 재건축하여 세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원룸을 만드는 경우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그래도 다행히 그때까지는 전세를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사한 때가 여름이었기 때문에 한 동안은 그 집에서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겨울이 되자 결로 현상으로 안방의 장롱 뒤로 시커멓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설령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도 한 벽면이 아예 시커멓게 자리잡고 장롱의 옆면까지 번져나올 정도였기에 집주인에게 이러한 사정을 말했더니 주인도 이런 경우를 자주 겪었던 탓인지 단순히 도배를 새로 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각목과 판넬로 내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덕에 방의 크기는 조금 작아졌지만 그래도 결로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상가 건물의 경우에는 단열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결로와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지내는 2년 동안 보일러를 충분히 틀지 못해서 늘 춥게 지내야 하는 괴로운 겨울을 지내야 했습니다. 




그 집의 만기가 2010년 8월 20일경이었는데 만기가 다가오는 그 해 초봄에 큰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1층에서 영업 중이었던 중국집에서 불이 나 중국집의 주방을 다 태우고 주방의 환기구를 따라 2층집의 뒷 베란다로 번져 3층의 우리 집 뒷 베란다 창문까지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그날은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우리 식구는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밖에서 "불이야!"라는 소리가 나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베란다 창문 밖으로 불길이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겉옷만 입고 어머니와 아내와 함께 3층에서 1층으로 급히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그 잠깐 사이에 맡은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로 인해 코와 입으로 검은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불의 무서움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불이 나자 아무것도 챙길 수가 없었고 그저 옷을 입고 탈출하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집에 불이 난 것은 영업이 힘들어지자 영업을 24시간으로 바꾸면서 주방에서 불 관리를 소홀이 하여 환기구에 붙어 있던 기름찌꺼기들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 덕에 집주인의 스타렉스 차량 뒷부분에 불이 붙어 뒷 유리창도 파손되고 안쪽으로도 일부 불이 옮겨 붙는 피해를 입어야 했고 2층의 베란다는 거의 전소되고 3층의 우리 베란다는 유리는 깨지지 않았지만 틈 사이로 들어온 연기로 온 집안에서 한 동안 그을음 냄새가 나 피해를 입었는데도 예의 없는 중국집에서는 우리에게 사과 한마디 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2층집과의 보상 문제로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하는 통에 우리 집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없었겠지만 그렇더라도 자기들 때문에 놀라고 고생한 같은 건물의 사람들에게 한마디 사과조차 없는 몰지각함에 이사를 나오기까지 다른 집에서 짜장면을 시켜먹는 소심한 복수를 하였습니다.  



아무튼 그 사건으로 두 가지 큰 교훈을 얻었는데 첫 번째는 절대로 상가건물에 전세를 들어가지 말자는 것과 조금이라도 높은 층에 살기 위해서는 불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뒤 전세 만기가 되어 우리가 들어올 때는 세입자가 없어서 고생하던 그 집이 쉽게 임자가 나서게 되어 다행히 우리도 별다른 문제 없이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가려고 그 집을 내놓을 때는 알지 못했는데 정작 우리가 살 집을 찾으니 전셋집을 구하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전세를 내놓자 마자 전세 계약이 이루어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전셋집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쉽게 집이 빠지게 된 것에만 기뻐하고서 계약금을 받아 집을 찾기 위해 이전에 거래를 했던 엘림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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