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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내 집을 찾아서

04 원룸집 주인세대

by +소금 201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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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원룸집 주인세대





우리가 다음으로 이사를 한 집은 신림4동의 4층짜리 건물의 주인세대 집이었습니다. 그 집은 1-3층에는 세를 놓기 위한 원룸이 있었는데 완공된 지 꽤 되었지만 주인 세대에 입주할 사람이 없어 오래도록 공실로 남아있던 집이었습니다. 

이 집은 본래 건축업자가 짓다가 자금이 어려워지자 경매로 나왔던 물건을 당시 집주인이 낙찰을 받아 소유하게 된 집이었고 전에 살던 반지하 집에서 직선으로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집이었습니다. 집주인은 저보다 3살이 많은 젊은 분이었음에도 당시 재산이 100억이 넘는 부유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만났던 집주인들 중에 가장 특이하고 가장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초대로 그분의 집에도 한번 놀러 가기도 했고 집을 관리하러 올 때면 가끔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이분은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많은 고생을 한 끝에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했지만 실제적으로는 관리의 힘으로 돈을 번 사람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분도 비어있는 주인세대를 전세로 채우기 위해 처음 나온 1억 4천에서 1억 3천으로 내렸고 다시 우리에게 전세를 주면서 5백만 원을 내려 우리는 1억 2천 5백에 전세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집은 전세를 살면서 처음으로 살아본 새집이었습니다. 한번도 새집으로 이사를 한적이 없었는데 더더구나 주인세대로 들어가니 옥상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자투리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이전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사간지 얼마 안되어서 슬슬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경매로 넘어간 새집의 경우 돈이 모자라서 경매로 넘어갔기 때문에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장 먼저 발생한 문제는 결로현상이었습니다. 이사를 간 시기가 2월 초였는데 여전히 추웠던 때라 안방의 창과 벽면에서 불어오는 냉기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방의 천장과 벽면 사이에 결로가 발생해서 곰팡이가 피고 새로 산 큰 커튼에 곰팡이가 잔뜩 끼어버렸습니다. 집주인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방습지를 바르고 도배를 새로 해주긴 했지만 우리가 자는 방의 추위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금새 봄이 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장마가 찾아왔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서재로 쓰고 있던 방과 거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보일러실과 서재로 쓰는 방의 천창은 아스팔트싱글로 된 지붕이었는데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마감이 제대로 안된 탓이었는지 비가 새기 시작하면서 거실 천장과 방 천장으로 물이 모여 있다가 쏟아진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집주인이 업자를 시켜 보수공사를 해주긴 했지만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불편을 겪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집을 잘 보고 계약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정말 그럴 능력도 없었고 경매로 넘어간 집에 세를 들어가본 적도 없었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 일로 인해서 집의 내력을 파악하고 세를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해준 집이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집주인을 만난 덕에 부동산을 구하는 방법이나 요령들도 배우고 여러 가지 도움이 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시작될 즈음에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전에도 잠깐 집주인이 제게 설명해준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이 생길 조짐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팔고자 했는데 집이 나갔다며 이사를 가면 어떻겠냐고 양해를 구하면서 이사비용 명목으로 5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사를 또 가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귀찮았지만 다가올 겨울을 다시 이 집에서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전세계약 만기 전에 이사명목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조건이었기에 수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도 살지 못한 집에서 또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이 집에서의 짧은 경험을 통해 다시는 경매로 낙찰된 집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을 소개해준 분은 엘림부동산이라는 부동산의 사장님이었는데 이 사장님은 대기업에 다니시다 퇴직하셔서 부동산 자격증을 따고 부동산을 개업하신 분이었습니다. 다른 부동산들은 대개 주인의 입장에서 중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그래도 세입자의 입장에서 많은 부분을 신경 써주셔서 저희는 수수료도 더 드리고 이후 이 동네를 떠나올 때까지 이분하고만 거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분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던 그 집을 어느 노인분과 아들내외가 구입을 했는데 노인분이 돈놀이를 하시던 분이었고 이 집을 사고 나서 쫄딱 망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주인세대는 그분들이 들어가 사셨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원룸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는지 전 주인이 건물을 팔고 난 뒤에 세입자가 생기지 않아 대부분의 원룸은 공실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집을 산 노인분이 매일같이 찾아와서 자기집 좀 팔아달라며 사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같은 집이었음에도 한 사람은 흥해서 나가고 한 사람은 망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두 사람의 마인드가 달랐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때가 여름인지라 같은 동네에서는 집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 좀 멀리 떨어진 상가 건물에 집을 얻어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 남편(냥이 주인)이 쓴 타향살이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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