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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내 집을 찾아서

03 남향의 2층집

by +소금 201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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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남향의 2층집





아버지의 집을 나와 반지하 전셋집에서 3년을 산 후 멈추지 않는 어머니의 불평 때문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사를 나와야 했습니다. 

사실 당시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별거를 시작하면서 자기 살림을 다 내어놓고 집을 떠나왔기 때문에 우울증도 찾아왔고 그로 인해서 끊임없는 불평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급적 어머니가 원하는 것들을 대부분 들어주러 노력했지만 반 지하를 탈출하기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하를 벗어나 지상 층으로 가려 했지만 도저히 같은 금액으로는 지상 층을 구할 수 없었고 신대방동의 막다른 골목의 오래된 집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2층으로 이사는 했지만 이전의 반지하는 실평수가 20평에 가까웠는데 이사를 한 2층집은 보증금은 반지하보다 비싼 5,500이었지만 평수는 12평 남짓 되는 공간이었기에 이전에 놓았던 식탁을 놓을 공간도 없어서 그 집에 사는 동안 식탁은 집주인의 작은 창고에 보관해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본래 그 집의 보증금은 6천이었지만 건물이 오래되고 낡은 탓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는지라 우리가 그 집을 얻을까 말까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자 부동산에서 집주인과 상의하여 5백을 내려주어 그 집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반지하의 집은 건축한지 6년이 되었지만 그 사이 세입자들이 한번도 도배나 장판을 교체한적이 없었고 우리가 들어가서 살 때도 역시 도배, 장판을 하지 않았는데 2층집은 아이가 있었던 탓에 거의 모든 방에 낙서가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도배와 장판을 해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사를 나가는 집은 오전에 나가고 이사를 들어오는 집은 오후에 들어오는데 2층집에서 나가는 사람이 어느 이사 업체와 계약을 했는지 너무 느릿느릿 이사를 하는 바람에 점심시간이 지나고 거의 2시가 넘어서야 짐을 빼주었고 우리와 계약한 이사 업체의 사장님은 우리의 상황을 보시고 자신의 사무실 주차장에서 짐을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하면 그때 오시겠노라고 하셔서 늦은 오후에 간신히 도배와 장판을 마치고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저녁이 다되어서 마무리를 해가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추리닝 차림으로 건들건들 와서 하는 말이 전에 살던 사람인데 안방의 전등을 자기네가 설치한 것이니 떼어가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사 경험이 없고 그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는데다 전등도 오래된 “ㅅ” 모양의 전등갓이 있는 낡은 전등이었던 지라 떼어가라고 내버려두었는데 어쨌든 저녁이 다 되어 안방의 전등이 사라지니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골목길 끝에 철물점이 있어서 당황하지 않고 철물점에 가서 전등을 사다 달았습니다. 전에 달려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전등도 1만5천원에 살 수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에 살던 사람의 행동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앞으로 저런 인간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저희는 이사를 갈 때마다 샤워기를 교체하거나 기타 소모품을 교체하게 되더라도 살던 집에 그대로 두고 나오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이사한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남향이었는데 안방으로 하루 종일 해가 비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사를 한 때가 2월이어서 때때로 추위가 남아있었지만 낮만 되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자연스레 옷을 벗게 만들 만큼 따사로웠습니다. 그러나 이 햇살의 혜택은 다른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안방이었던 우리 방과는 달리 어머니의 방은 하루 종일 해가 비치지 않았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노래를 부르셨던 어머니는 그때부터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방과 전투를 시작하셨고 결국 불평은 지하에서 햇살로 전이되었을 뿐 어머니의 불평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그러한 태도의 원인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반지하를 벗어나고 나서도 계속되는 어머니의 불평을 최대한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조금씩 어머니와 대립하며 어머니의 불평을 차단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서 사는 2년 동안 어머니는 계속해서 어둠과 싸우시며 애꿎은 며느리와 아들에게 화풀이를 하셨지만 그 덕에 남향이 겨울에도 난방비가 적게 드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도시에 세워진 집들은 집의 향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향의 2층집도 돈에 맞춰서 이사를 하다 보니 우연히 앞에 높은 건물이 없고 남향인 집을 얻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남향을 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남향이 주는 이점과 경제적인 효과는 그 작고 낡았던 2층집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 남편(냥이 주인)이 쓴 타향살이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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