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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겨울에 온 손님

누명

by +소금 2017.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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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명




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처음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게 된 것은 초동이의 영향이 컸습니다물론 아내가 조끔씩 가을이의 사료를 나눠주기는 했지만 초동이를 입양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료를 구입해서 길냥이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가을이와 초동이 그리고 길냥이 대여섯 마리까지 군식구들이 넘쳐나게 되었고 덕분에 비용은 두세 배를 훌쩍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길냥이 식당이 소문이 엄청나게 퍼졌는지 이제는 고양이를 넘어 새들까지 날아들어 고양이 사료를 먹습니다처음에는 무슨 새인지 몰랐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물까치라는 종류의 새였습니다아침이면 이 새들이 한 10여 마리 이상이 몰려들어 길냥이들의 사료를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 발견한 때가 겨울이라 워낙 먹을 것이 없어 그러나보다 했는데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여전히 고양이 사료를 축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길냥이 식당 시작 단계에서는 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전부였으나 비가 오면 사료가 젖는 통에 쓰고 남은 스치로폼으로 비를 맞지 않도록 간단히 길냥이 식당을 만들어주었습니다그런데 그 식당은 개미들의 난입으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고 고심한 끝에 개집을 하나 사고 그 밑에 얼기 설기 벽돌을 놓아 가급적 바닥에서 띄운 채로 그 안에다 밥그릇과 물그릇을 놓아두었습니다그래도 개미들이 들어와 인터넷의 조언대로 고무줄도 써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개미들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그러다 누군가 신기패라는 것이 있다고 해서 약국을 갔는데 4군데의 약국 중 한 곳에서 겨우 찾아냈습니다이 신기패는 놀라우리만큼 개미들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양이 식당은 우리집 마당에 있는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어느 날 뒷집에 사시는 분들이 고양이들에게 밥주는 걸 문제시 삼기 시작했습니다처음에는 뒷집 안주인이 밥을 주지 말라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편되시는 분이 하는 말이 고양이 밥을 주지 말고 고양이를 잡아다가 차로 멀리 내다버리고 오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이유인즉 고양이가 자기집 주변에 설사 똥을 싸놔서 더럽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고 실제로는 막무가내로 자신들은 고양이를 싫어하니 밥도 주지 말고 잡아다 멀리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저는 고양이들이 똥을 보이게 쌌을리도 없거니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설령 쟤들을 잡아서 옮겨도 다른 고양이들이 여기를 차지하게 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일단 고양이 집을 치우겠노라 하고 음식물 쓰레기 장으로 쓰려고 벽돌을 쌓아 두었던 공간의 바닥에 콘크리트로 바르고 고양이들이 드나들도록 입구도 만들었습니다그리고 위에는 큰 팔레트를 얹어서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만든 후에 거기에 고양이 집을 넣어두고 거기서 계속 급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우리집 마당에 내가 사료를 사서 내가 주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싸우거나 버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쥐약 섞인 미끼를 놓아 고양이들을 죽이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눈가리고 아웅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후 그 설사똥의 주인공이 드러났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옆집에서 기르고 있던 검은 개 깜비 녀석이었습니다옆집에서 가끔 녀석을 풀어준 탓에 길고양이 사료의 냄새를 맡고 고양이 사료를 신나게 다 먹고는 탈이 나서 설사를 해댄 것이었습니다결국 사료는 깜비 녀석이 다 먹고 욕은 애꿎은 식당 손님들이 얻어먹은 상황이 되었습니다그러나 누명을 쓴 식당 손님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길이 없었습니다물론 그러한 상황을 설명해봐야 뒷집 분들에게는 씨도 안 먹힐 것이 뻔했기에 그 뒤로는 그분들과 이웃 아닌 이웃 같은 사이로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냥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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