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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가을에 온 손님

실망감

by +소금 201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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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후 아내는 가입한 카페를 통해 입양 요청이 있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 사진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콩콩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금의 가을이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분양하시는 분들의 여러 가지 상황이나 요구 조건, 위치 등을 고려해서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했는데 막상 사진 속의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보은이 녀석보다 예쁜 녀석을 발견하지 못해서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예쁘지 않은 것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담긴 보은이의 모습처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보은이는 태어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 닭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었고 그분들에게 사랑을 받아 본적 없는 고양이였던지라 애교도 없고 새침데기 같은 녀석이었지만 가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느꼈던 감정이 그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았고 사진 속 고양이들은 다들 충분히 사랑 받고 있는 녀석들로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게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는 아내에게 본인이 마음에 드는 고양이로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가을이 아깽이 시절 (입양글에 있던 사진)

 

 

선택권을 아내에게 패스하자 아내는 본인의 성격과 기질대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내는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귀가 얇은 탓에 결정을 쉽게 내리지도 못하고 설사 결정을 내렸더라도 누군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해주면 금세 자신의 선택을 번복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반대여서 제가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사항은 누가 옆에서 반대를 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웬만해서는 쉽게 결정을 바꾸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탓에 마누라님께서는 이 고양이는 이게 문제고 저 고양이는 저게 문제라면서 쉽게 경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콩콩이라는 고양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을이의 위치가 부산이라 김포에서 부산까지 데리러 가려면 비용도 시간도 만만치 않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돈에 민감한 제 성격을 잘 아는지라 그 돈이면 가까운 곳에서 입양을 하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슬쩍 말만 꺼내놓고 너무 멀어서 어렵겠다며 슬쩍 발을 빼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아가냥 가을이

 

 

아내도 그러했지만 제게 보여준 사진 중에서 콩콩이라는 고양이가 가장 예뻤고 녀석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 녀석은 호기심천국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은이는 새침데기 고양이라면 콩콩이라는 고양이는 활발하고 말썽꾸러기 같다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한번 말을 하게 되면 책임지라고 물고 늘어지는 아내 탓에 다른 고양이도 살펴보면서 일단 입양 신청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제 다시는 보은이 같은 고양이는 못 만날 것 같다고 어떤 고양이라도 그 녀석과 같은 녀석은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을 보니 보은이가 더 아쉽고 정말 같이 살았더라면 하는 실망감이 계속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다른 고양이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입버릇처럼 보은이 만한 고양이는 없다고 되뇌며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입양 신청을 해놓고 나서도 선택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지라 일단 고양이를 데려오는 문제는 우리의 신청이 선택되고 난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 냥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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