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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가을에 온 손님

사교냥

by +소금 201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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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얌전한 이미지는 훼이크였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녀석은 다음날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장난감만 들이밀면 언제 어디서나 후다닥 튀어오는 녀석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녀석이 아주 사교적이어서 크게 걱정했던 어머니와의 관계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극단적으로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어머니께 안방에서 거실로 나가는 길목에 고양이 펜스를 설치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까지는 허락하겠지만 거실이나 당신 방에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셨습니다.
전에 보은이를 들이고 아픈 보은이를 보면서 조그마한 생명이 안타까우셨는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며 개를 기를 때 쓰셨던 민간 요법을 알려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에 대한 감정이 좀 좋아졌나 했는데 가을이를 거실이나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는 이야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고양이를 기르는 조건으로 바친 조공 50만원 덕에 일단 보은이와 가을이를 집에 들일 수는 있었지만 어떻게 고양이와 친해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그리고 가을이에게는 비밀이지만 아무리 봐도 보은이보다는 가을이가 못생겼기에 저 역시 처음에는 가을이에게 못생겼다고 자주 되뇌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도 가을이를 처음 보시고는 보은이보다 안 예쁘다며 보은이에 대한 애정을 살짝 드러내셨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가을이를 미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안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들었기에 조금 염려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녀석의 사교적인 모습에서 어쩌면 어머니와도 친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우리집에 온 다음날의 가을이~

 

 

가을이를 입양한 후에 가장 좋았던 것은 녀석을 품에 안았을 때였습니다.
보은이는 너무 작아서 한 손에 들어오는 탓에 품에 안아본 적이 없었고 또 닭장에서 오래 생활한 탓에 닭 똥 냄새 가득했는데 바로 병이 걸리는 바람에 목욕도 시키지 못하고 그냥 안을 수는 없었기에 가을이는 제가 안아본 첫 번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몇 번 품에 안아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 작은 털뭉치들이 주는 따스함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 안아본 가을이에게서 받은 따스함은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마도 고양이를 안는 것이 '생전 처음'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제 감성을 파고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가을이를 처음 가슴에 안았을 때의 제 느낌은 정말 그러했습니다.
물론 요즘도 그러하냐고 물으신다면 그 전과는 약간 다르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 가을이를 안았을 때의 느낌이 순수했던 동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끈적끈적한 스토커 아저씨의 느낌으로 녀석을 안아주고 있습니다. 흐흐~
아가냥이었던 가을이는 참으로 얌전히 제 품에 안겨있곤 했는데 지금은 제법 컸다고 발톱으로 제 가슴에 스크래치도 남기고, 가슴뿐 아니라 손에도 무수한 상흔을 남기는 녀석으로 변모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녀석이 침대에 편하게 누워 잠들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끌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녀석이 자지 않고 깨어있을 때에는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척 하다가 녀석을 덮쳐서 결국은 끌어안아버립니다.
가을이는 그렇게 동심 유발 고양이에서 스토킹 유발 고양이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

 

- 냥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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