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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가을에 온 손님

아쉬움

by +소금 201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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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이 지나고 다시 장날이 돌아와 일찌감치 장으로 향했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닭을 파는 곳으로 향했지만 멀리서 보니 그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날이 되기 전부터 마음 한 켠으로는 이미 누군가가 사갔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곳의 애완 동물들은 잘 안 팔리는 것 같기에 분명히 있을 거라 여기고 갔는데 다가갈수록 고양이들이 갇혀 있는 닭장에 회색 털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갇혀 있는 닭장 앞에 섰을 때 그 고양이가 사라진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뱅뱅 돌고만 있었는데 아내가 주인에게 물어보니 지난 주에 어떤 사람이 10만원을 주고 사갔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어머니와 흥정을 하느라 지난 주에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던 것인데 막상 사고 싶었던 고양이가 사라지고 나니 정말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나를 보면서 애처롭게 울어대던 녀석이었지만 저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났겠거니 하고 단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저지만 우리 마누라님의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니 때문에 고양이를 기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다가 일주일간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보며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모으고 일주일 내내 마음이 들떠있던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때만 하더라도 우리의 고양이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만 있었을 뿐 어떻게 해야 되고 무엇을 해야 되는지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에 시장을 이리저리 돌다가 제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이번에 물거품이 되면 어머니는 돈만 꿀꺽하시고 다음 번에 다시 반대할 것이 뻔해서 이번 기회를 잃고 나면 어렵겠다는 판단 하에 저는 그 닭장 안에 있었던 다른 새끼고양이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샤트룩스 고양이가 갇혀 있던 좁은 닭장에 어미 고양이와 그 고양이의 새끼 서너 마리가 함께 갇혀 있었는데 추운 날씨에 서로의 체온으로 감싸고 자고 있는 고양이를 살피다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 샀습니다.
파는 사람의 말로는 2달이 되었고 사료를 먹는다고 했지만 그건 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나중에 보니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기 고양이었습니다.
일단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없어서 종이 박스에 고양이를 담아 우선 동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건강검진을 시켜야 하겠기에 아기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서 데려간 것인데 닭들과 오래 생활해서인지 고양이의 몸과 박스에서 닭 똥 냄새가 계속 풍겨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 병원은 저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람 병원도 아니고 동물 병원을 출입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물 병원 밖에 있었고 아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수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마누라님이 고양이와 함께 수의사 선생님에게 이것 저것 이야기를 듣고 건강 검진을 하느라 한참을 병원에 있던 탓에 저는 밖에서 차를 지키며 고양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은'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내었습니다.
제가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보은이라고 지은 것은 건강하게 자라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은이라고 지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샤트룩스를 대신한 닭 똥 냄새 가득한 아기 고양이는 우리 집의 첫 번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 냥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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