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의 집사 사용법
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냥남매/가을에 온 손님

가을이의 집사 사용법



가을이의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놀아주는 것은 제 몫이었고 아내는 밥을 주는 가을냥의 밥차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놀 때를 제외하고는 제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았기에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치울 때는 전부 아내가 일을 하였고 저는 그저 가끔씩 놀아주는 집사였을 뿐이었습니다.

가을이는 밥 먹을 때 작은 습관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사료를 주면 먹기 전에 꼭 집사를 불러서 머리를 쓰담쓰담 하고 나서야 사료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가을이가 입양되기 전에 임보하셨던 분이 사료를 먹을 때마다 쓰담쓰담을 해줘서 그런 것이라고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고 또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어서 그냥 한두 번 쓰다듬어주면 계속 사료를 먹고는 했습니다.







그런 모습이 하도 예뻐서 어느 날부터인가 제가 가끔씩 사료를 먹을 때마다 쓰다듬어줬을 뿐인데 녀석의 쓰담쓰담 요구는 날로 더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료를 먹기 전에 저를 한두 번 쳐다보다가 사료를 먹던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소리를 내면서 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저 녀석이 지금 나를 부르고 있는 건가 하고 무척이나 신기하고 기특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녀석이 저를 길들이기 위한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쓰담쓰담에 대한 요구는 거세졌고 지가 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앉아 계속 쓰다듬으라고 사료 한번 먹고고개를 쳐들어 쓰담쓰담을 요구하고또 사료 한번 먹고쓰담쓰담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료를 다 처먹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을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필요할 때만 저를 불러서 이용해먹는 녀석이 미워서 저는 사료를 먹을 때 외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은 계속 불러도 오지 않자 제가 앉아있는 의자 밑으로 와서는 자기 몸을 쓱쓱 문대며 이러지 말라고 이러면 집사도 좋을 것이 없다는 양 슬쩍 부벼대고는 했습니다.

녀석의 전혀 새로운 공격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저는 녀석의 요구대로 또 끌려가서 쓰담쓰담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은 어떤지 잘 몰라도 가을이는 식사를 사람처럼 세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자주 먹는 형태였습니다.(제한 급식을 하기 전)

그리고 녀석의 밥 그릇은 방바닥에 놓였는지라 제가 의자에서 내려가 녀석을 쓰담쓰담을 하고 일어설라치면 제 연약한 관절의 고통과 밀려오는 피곤함그리고 또 이용당했다는 허탈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작심하고 녀석의 부비부비를 외면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영악한 녀석은 이제 소리 내어 저를 부르는 것이나 제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집사를 이용해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금세 깨닫고는 또 다른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의자에 앉아있는 제 뒤로 와서 앞발로 엉덩이를 톡톡 치기 시작했습니다.

발로 톡톡 쳐서 제가 뒤를 돌아보면 녀석은 다소곳이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가 제가 몸을 일으키면 그제서야 지도 일어나서 사료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제가 가을이의 스토커였는데 이제 주객이 전도되어 저는 꼼짝없이 녀석의 밥 시중 집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제가 녀석에게 항복을 하고 난 뒤부터 녀석의 당당한 요구는 점점 심해져서 어느 날에는 아침에 자고 있는 저를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녀석은 5시나 6시쯤 일어나 사료를 먹을 때 침대에 누운 제게 와서 얼굴을 들이밀거나 야옹거리며 일어나기를 재촉했습니다.

결국 일어나게 되면 여지 없이 밥그릇으로 달려가 자기를 쓰다듬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몇 일을 저를 깨우기에 가을이와 노사협상을 제의했습니다.

이건 노동법에도 없는 가혹한 처사다아무리 그래도 집사의 잠은 재워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며 가을이에게 따져 물었고 가을냥께서는 그럼 아침에 잠잘 때는 성은을 내려 참아보겠노라고 다짐을 해주고는 그 뒤로 아침 시간에는 깨우지 않고 혼자 처묵처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고양이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면 여태껏 하던 일을 다음날부터는 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침잠을 깨우지 말라고 당부한 뒤부터 가을이는 사료 때문에 아침 잠을 깨운 적이 없습니다.

역시 고양이들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인 것 같습니다.

 

냥이 주인

  

 

 

 

'즐거운 냥남매 > 가을에 온 손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간식 타임~  (6) 2015.04.03
어느덧  (3) 2014.05.24
가을이의 집사 사용법  (26) 2013.09.07
원 펀치 쓰리 강냉이  (16) 2013.08.03
중성화  (16) 2013.07.27
책~인감  (10) 2013.07.20
발라당  (12) 2013.07.13
꼬랑지  (17) 2013.07.06
사고냥  (12) 2013.06.29
투병기  (18) 2013.06.22
불안감  (10) 201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