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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가을에 온 손님

호기심

by +소금 201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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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제 아내가 먼저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고양이 사진이나 고양이 사이트를 웹서핑하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어쩌다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고양이에게'라는 스노우캣 작가가 쓴 책을 구매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고양이에 대한 편견만 버렸을 뿐이지 아직 고양이에 대한 확실한 호감을 가지지는 못한 상태였기에 쓸데없는데 돈 쓴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계속해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키워가고 있었고 시어머니가 고양이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탓에 언감생심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하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네 길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는 일이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저도 알지 못했는데 슈퍼에서 파는 작은 소시지를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길에서 고양이들을 만나면 하나씩 까서 주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아내의 핸드백 속에서 작은 소시지를 발견했는데 저는 그것을 고양이에게 주기 위해 산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아내가 먹으려고 산 것인 줄 알았습니다.
제 아내는 소시지나 햄과 같은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으레 본인이 먹으려고 샀으려니 생각을 한 것인데 소시지가 좀 싸구려틱(?)해서 기왕이면 좀 좋은 것을 사먹지 그랬냐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사무실로 나오다가 중간에 만나는 고양이들이 있으면 소시지를 까서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깊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말에 의하면 고양이들에게 소시지를 줄 때마다 그것을 즉시 받아 먹는 고양이들은 거의 없었고 고양이들에게 소시지를 주고 나서 멀찍이 떨어지면 그때 비로소 슬금슬금 다가와서 허겁지겁 소시지를 먹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내의 마음에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라도 사서 주고 싶은데 고양이 사료를 산다고 하면 저한테 잔소리 들을 걱정에 그저 소시지라도 사서 고양이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평상시 아내는 저와 둘이 걸어갈 때는 고양이들을 만나더라도 그냥 불러볼 뿐 소시지를 주지는 않았었는데 제게 소시지를 들킨 이후로는 둘이 걸어가다가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면 거리낌없이 소시지를 꺼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때쯤엔 고양이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고 한두 번 고양이들이 소시지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 삭막한 도시 속에서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고양이들만 불쌍하냐 고양이 만큼이나 불쌍한 사람들도 많다고 하면서 고양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기도 하십니다.
물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또 자주 그런 말들을 했었습니다.
물론 사람이 고양이보다 귀중합니다.
다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 받고, 관심 받고, 대접 받아야 하듯이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 역시 관심 받고 사랑 받고 대접 받는 일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고양이나 동물들에 대해 좀더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나아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좀더 관대한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관심을 기울이면 그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좀더 관대한 마음을 품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 상대에 대해 이해심을 갖게 되면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미움이나 혐오감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심의 시작에는 바로 호기심에 있습니다.

 

- 냥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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