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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고백

텃밭 만들기

by +소금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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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화단도 만들고 뒷길도 정리하고 연탄광도 만들고 감나무도 옮겨 심고 전나무 옆의 마사토들을 정리하고 나서 한 일은 텃밭에 자리를 잡고 있던 네 그루의 돌배 나무를 제거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전주인들이 소나무와 더불어 각종 나무들과 철쭉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심어놓고 있었는데 이사를 하기 전에 전 주인에게 이곳을 텃밭을 만들 테니 나무들을 뽑아 가려면 가져가고 평탄화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평탄화는 하지 않고 나무들만 뽑아가고 밭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돌배 나무는 뽑지 않아서 결국 제가 직접 제거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 돌배나무가 있는 자리 위쪽으로 풀이 제거된 자리까지 전(田)으로 등록된 땅이었고 우리 식구들이 이것저것 채소를 심어 먹기에 충분한 공간이었기에 텃밭을 삼기 위해 일단 땅을 정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돌배 나무 네 그루와의 힘겨루기는 시작되었는데 그곳이 산에 가까운 곳이라 모기들이 많았는데 검은 몸에 흰 줄무늬가 있는 일명 아디다스 모기라 불리는 산모기의 침은 아주 매서웠습니다.

그래서 하도 모기에 뜯기다 인터넷을 통해 방충옷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방충옷을 입고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돌배 나무들을 제거하다 알게 된 사실은 전 주인이 집을 지으면서 인부들이 이곳에서 불도 때고 음료수도 먹고는 그 쓰레기들을 이 텃밭 자리에 파묻어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밭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대로 밭으로 쓰기도 의심쩍은데다 어차피 기울어진 상태로는 밭으로 쓰기 어려웠기에 저는 이곳을 평지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곳의 돌배 나무들의 줄기들을 잘라내고 뿌리까지 파내 모두 제거한 후에 산으로 올라가는 기슭에 마당에 있던 인공의 디딤돌을 옮겨놓아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옆면의 땅을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장비 없이 그저 삽 하나와 곡괭이 하나 만으로 작업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더욱이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 일은 다음 해가 다 지나서야 마무리가 될 정도로 대공사가 되었습니다.

 

 

텃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내다 보니 흙 속에서 나오는 자잘한 돌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곡괭이와 삽질을 중단하고 철물점에 가서 철 망사를 사온 후 나무를 구해서 돌들을 걸러내는 채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채로 흙을 쳐서 돌들을 골라내고 그 골라낸 돌들로 주목나무 사이에 돌들을 채워 넣으며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이 주목나무 있는 부분을 돌로 쌓다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만들고 또 다시 만들기를 서너 번은 반본했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제게는 그저 모든 일들을 실행해보고 맘에 안 들면 다시 만들고 하는 반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전보다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돈 벌기 위해 남의 일을 하는 것보다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른 채 일을 하다가 저녁 6시나 7시에 골아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시골에서의 노가다 작업은 서서히 제 몸을 골병들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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