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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냥남매/겨울에 온 손님

아니, 너는!

by +소금 2017.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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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너는!



자기 영역을 양보하고 읍내로 이주한 초동이 아빠가 남겨두고 간 고양이 남매는 우리 텃밭을 놀이터 삼아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었고 그렇게 가을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엄동설한의 어느 날 웬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고양이 식당에 머리를 박고 냥남매의 사료를 처묵처묵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못보던 녀석이 고양이 식당에 출현했는지라 혹시나 냥남매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주의 깊게 살펴보는데 꾀죄죄한 모습이 영락없는 상거지 고양이었습니다그래서 만원경으로 자세히 보려는데 마침 주위를 살피려 녀석은 얼굴을 내밀었고 얼굴을 보니 얼마 전 우리집을 떠난 초동이 아빠였습니다녀석의 몰골을 보니 읍내에서 무척이나 고생한 것 같았고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어 결국 우리 고양이 식당을 다시 찾아오게 된 듯 싶었습니다역시 부정(父情)보다 허기가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그렇게 녀석은 어쩌다 한 번씩 고양이 식당을 찾아왔고 그해 겨울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길냥이 식당에는 새로운 고양이가 출현했는데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 하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그래서 그녀석은 두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두식이도 우리 길냥이 식당의 주요 고객이 되었습니다그동안 우리 식당에 나타났던 치즈테비 고양이인 길손이1, 길손이2와는 다르게 한 성질 하게 생긴 것이 보통내기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봄이 오고 새싹이 나고 꽃도 피던 어느 날 밤에 마당에서 들리는 고양이들의 난투극 소리에 단잠을 깨고 말았습니다산 중턱에 자리한 우리집은 밤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지는 까닭에 마당에서 난리를 피우는 녀석들이 어느 고양이인지 알 수 없었고 전쟁과도 같았던 밤이 지나 아침이 되어 궁금한 마음에 마당을 나갔습니다마당 이곳저곳을 순찰하던 제 눈에 한 뭉치씩 뜯겨진 노란털과 흰털검은털들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어젯밤 혈투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털들을 통해 상황을 유추해보니 아마도 초동이 아빠와 두식이 녀석이 서로 마주쳐 결국엔 영역 전쟁으로 번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다만 두 녀석 중에 어떤 녀석이 승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처절한 털 뽑힘의 흔적은 앞으로 두 녀석 중에 한 녀석은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엔 충분했습니다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고양이 식당에 얼굴을 내민 것은 두식이었고 두식이가 영억을 차지한 후로부터 초동이 동생들인 냥남매는 더 이상 길냥이 식당에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사필귀정이라 해야 할지 인과응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약육강식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길손이2를 몰아내고 영역을 차지했던 초동이 아빠는 두식이에게 밀려 제 자식들의 영역을 확보해주지 못했고 냥남매 역시 영역에서 쫓겨나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삼순이와 아가들


사실 겨울에도 이미 녀석들은 마주쳤을 텐데 그 봄에 그렇게 전쟁을 치러야했던 까닭은 전쟁이 치러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식이 녀석도 그새 자기 새끼들을 가지게 되어 영역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냥남매가 있을 당시 하도 은밀하게 다녀서 몇 번 보지도 못했던 삼색이 암고양이 새끼가 있었는데 우리는 녀석의 이름을 삼순이라고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삼순이가 두식이와 짝을 맺어 새끼를 배고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너무 어린 삼순이가 설마 새끼를 가졌을까 의심했지만 가끔식 보이는 모습이 점점 임산부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영역을 차지한 두식이의 새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지나지 않아 삼순이는 두식이와 닮은 네 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났고 아빠가 두식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냥이 식당의 고객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제 주머니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냥이주인



삼순이


꺄아~~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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