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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내 집을 찾아서

15 내 집을 찾았다

by +소금 201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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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내 집을 찾았다





해미의 집을 향방 때문에 포기했던 날에 심드렁한 마음으로 우연하게 화력발전소를 검색을 했는데 서해안에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있다는 어느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자세히 검색했더니 태안과 서천에 2015년과 2019년을 목표로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령에만 화력발전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서천과 태안에도 생긴다고 하니 다시 지도를 놓고 살펴보았습니다. 충남에서 화력발전소로부터 안전한 20km 밖의 지역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충남은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았고 충북의 청주와 괴산지역 등 여러 지역을 살펴보다가 전에 즐겨찾기를 해놓았던 공주의 부동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매물을 발견하였는데 사진상으로는 집이 참 괜찮아 보였습니다. 

홈페이지의 정보를 보니 집의 위치는 공주시 유구읍이었고 이 지역은 집을 알아보면서 처음 보게 된 지역이었습니다. 다른 부동산에는 이 매물이 나온 곳이 없었기에 정확한 위치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대강 어디쯤인지는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었던 까닭은 건축된 지 3년 밖에 안되었고 외진 지역이라 항공사진이 업데이트가 안되어 지금까지도 지도상으로는 건물이 지어지기 이전의 상태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부동산에 그 집을 보겠노라고 하고 다음날 공주로 내려갔습니다. 이 부동산은 전에 1억 짜리 매물을 보기 위해 내려왔다가 사장님의 느릿느릿한 운전 실력에 속이 터져 죽을뻔한 부동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은 사장님이 아닌 사모님과 함께 집을 보러 가게 되었는데 사장님과는 달리 시원시원하게 운전하시는 통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오가는 도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부동산 사장님 부부가 사는 곳도 유구읍이며 그곳은 사모님 자신의 고향이라고 하셨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이 서울 목동에 살면서 대기업을 다니시다 은퇴 후 부동산 자격증을 취득하여 사모님의 고향으로 귀촌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보게 될 집에 대해 이것저것 말씀을 해주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았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집은 대지가 152평에 전이 61평이었고 건평이 1층 23평에 2층 11평으로 총 34평 정도 되는 집이었는데 전부 목조에다가 내부는 대부분 편백나무로 도배를 대신한 집이었습니다. 집주인은 전원주택을 짓는 일을 하는 목수였는데 자신도 시내에 살다가 천식이 심해져서 자신이 살 집으로 지은 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간 여러 집을 둘러 보았지만 내부에 편백나무로 도배가 되어있는 집은 처음이었고 마당도 넉넉해서 차도 대여섯 대는 충분히 주차하고도 남을 공간이었습니다. 1층에 너무 넓어 부담스러울 정도의 화장실과 부엌의 공간이 다소 작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음에 드는 집이었습니다. 



집 구경을 마치고 부동산으로 돌아왔는데 부동산 사장님의 말로는 본래 1억 9천에 나온 집이었는데 요새 집이 잘 안 나가서 1억 7천에 가격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일단 연락을 드리겠노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체로 집은 마음에 들었고 또 돌아오는 길에서 크게 문제가 되거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욱이 유구는 예산에서 가까운지라 어머니 역시 그다지 반대할 상황은 아니었고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 유구에서 몇 달을 사신적이 있다는 말씀도 하셔서 여러 가지로 보았을 때 이번에는 계약이 성사되는데 문제가 없을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서류상의 문제가 없는지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보니 서류가 참 복잡했습니다. 꼼꼼히 살펴보니 주소지의 소유주가 대지는 다른 사람 이름이었고 건물에 대한 소유주도 집주인의 아내 앞으로 되어 있었으며 6천 만원 가량의 집 담보 대출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내용을 알고 보니 우리가 본 집 옆으로 똑같은 형태로 지은 집이 하나 더 있었는데 우리가 본 집의 옆집은 집주인과 전원주택 사업을 하는 동업자가 살던 집으로 두 집을 함께 지은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살 집을 지은 것인데 동업을 하다가 의견차이로 결국 갈라서게 되면서 각자 집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어쨌든 집을 계약하기로 하고 가계약금을 송금하고 다음주에 만나서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하는 날 김포에서 내려가는 우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부동산 멋대로 11시에 계약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내려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매도자의 시간이 그 시간밖에 안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길래 매도자 분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가는 시간도 있고 차도 밀리니 1시쯤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신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시간 약속은 매도자의 의중의 반영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 업자가 자기 편한 시간에 계약을 하기 위해서 자기 멋대로 시간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동산에 전화를 했더니 똑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하기에 매도자와 통화했고 1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니까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알았어요!” 하고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부동산 사장님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여직원인지 동업자인이지 알 수 없는 분의 전화였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응대에 감정이 조금 상했습니다. 

그렇게 약속된 날짜와 시간에 만나서 계약금 10%를 주면서 7월 초에 중도금으로 7천만 원을 주면 대출을 상환하고 말일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을 명시하고 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동산과 연결되어 있는 법무사에게 등기문제를 위임하고 계약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전세 살던 집의 계약 만료일이 9월 20일이었기에 한 달 하고 20일이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도 넉넉했고 그 사이 집수리를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중도금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의 사모님이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 집을 매도하신 분이 집을 알아보고 적당한 집을 찾기는 찾았는데 이사하는 날짜가 맞지 않아 7월 말이 아니라 8월 14일로 해주면 안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는 전화였습니다. 갑자기 이런 전화를 받고 보니 일단 생각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상의를 하면서 우리가 시간이 넉넉한 편이었으니 들어주는 조건으로 잔금 치른 후에 내부의 치수를 재려던 것을 앞당겨 그 전에 치수를 재러 가겠다고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사장님을 통하면 불편한 점도 있고 해서 직접 통화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직접 매도자와 전화를 하고 우리의 조건을 이야기 하고 서로 합의를 보고 나서 매도자 분에게 이 상황을 부동산에 알려주십사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일 때문에 바빴는지 매도자 분은 부동산 사장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7월 말이 되어서 부동산 사장님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는 내일이 잔금일이니 내일 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매도자 분께 연락을 못 받으셨냐고 상황이 이리저리 해서 서로 합의를 보고 매도하시는 분에게 부동산 사장님에게 연락을 드리라고 말씀 드렸고 그분도 그러겠노라고 하셔서 그리 알고 있었노라고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부동산 사장님의 말투가 탐탁지 않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참 어이가 없었던 것이 자기들이 먼저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했던 상황이었는데 설사 제가 전화를 안 했어도 결론이 어떻게 됐는지 전화 한 통 하지 않다가 중개수수료 받을 날이 되니까 전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직원만 개념이 없는 줄 알았더니 부동산 사장 역시 마인드가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계약 당일에도 원래 부동산 수수료는 0.5%였기 때문에 백 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홥동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채워서 달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부동산이 전화로 물건부터 물어보면 나중에 수수료를 0.9%라고 하고 가기 전에 미리 수수료를 물어보면 0.5%라고 하기 때문에 이 부동산에도 미리 전화를 걸어 0.5%라는 확답을 받고 시작했기에 굳이 100만원을 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실 집을 구경하고 계약금을 보냈을 때 집이 참 마음에 들었기에 복비를 120만원 정도 주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부동산처럼 0.9%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었기에 나름대로 선심을 쓰려했던 것인데 부동산 사장님과 직원의 태도를 보고 그런 마음은 싹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활동비로 받겠다는 돈 역시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느라 들어가는 기름값을 결국 매매하는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복비를 주고 영수증을 받아서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를 해서 돈을 돌려받고 뒤통수를 쳐줄까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사장님도 유구읍에 사는데다 어차피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더 주려던 수수료를 안 줄 생각을 하고 거래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혹시 아는 지인이 부동산을 찾는다면 절대 그 부동산은 소개시켜주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확신을 얻고 그 부동산과는 끝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김포로 돌아와서 두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일주일이면 나온다던 등기권리증은 오지를 않고 있었습니다. 이사 문제로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미처 챙기질 못하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아내가 법무사에 전화를 해보니 등기는 완료된 상황이었지만 우편발송을 잊고 한 달이 지나도록 사무실에 처박아 둔 상황이었습니다. 아내가 이 상황에 대해 논리 정연하게 따지고 들었더니 사과는 하지 않고 법무사인지 사무장인지 어떤 양반이 수화기 너머로 지금 보내주면 될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직원을 닦달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끊었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등기권리증은 집으로 배송되어 왔습니다. 참 부동산이나 법무나사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다시 볼일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냥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우리는 이사준비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고 내 집을 찾는 5-6개월의 여정은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시골살이를 한 지 두 달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은 4계절을 지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한두 가지의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 집을 찾는 여정은 이것으로 끝을 맺지만 이곳에서의 삶의 모양은 아내의 블로그를 통해 사진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길 원합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의 터전을 이미 찾으신 분들과 앞으로 찾게 될 분들이 모두 건강하시고 복되고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시기 소망하오며 그간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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